긍정의 부정성에 대하여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

 

붓다 : 오온(몸[색]과 마음[수상행식, 느낌/인식/형성/의식])이 무상한가 아닌가?

제자 : 무상한 것입니다.

붓다 :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인가 아닌가?

제자 : 무상한 것(계속 변화하면서 좋은 것은 사라지고 싫은 것은 들러붙고 하니...)은 괴로운 것입니다.

붓다 : 그렇다면 오온은 괴로움인가 즐거움인가? 

오온은 atta(=아트만atman, 영구적인 자아, 참나)인가 아닌가? 

제자 : 오온은 참나가 아닙니다.

......

 

몸도 마음도 무상하므로 결국 괴로움이며

무상하고 괴로우므로 참나가 아니(자아라는 실체가 없음)지요. 그래서 무상無常, 고苦, anatta(오온이 참나가 아님)을 세 가지 현상적 실체라 하여 삼법인三法印 이라 부릅니다.

 

무상하고 괴로움이 변하지 않는 것이 근본 원리이기에 언뜻 생각하면 이를 받아들이면 더욱 괴로워질 듯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깊이 새길수록 마음은 평화에 수렴하게 됩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NLP의 기법 중에 <관점바꾸기 reframing>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특정한 (싫은) 경험에 대해서 관점 바꿔서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이죠.

 

이런 식의 대표적인 이야기가 이솝우화에 있는데 누구나 들어보았을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입니다. 여우가 먹고싶은 포도가 나무에 매달려 있었는데 너무 높이 있어서 딸 수가 없던 여우가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먹을 수 없는 포도일 거야' 라고 마음을 돌린다는 이야기죠.

 

예전에 저의 명상 제자인 분 중에 이것을 진짜 잘하는 분이 계셨습니다.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불편한 마음이 일어날 때마다 자동으로 휙휙 마음을 돌리곤 했지요. 일시적으로 편안한 마음을 갖는데는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안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요. 과거의 어렵고 힘들게 지내온 삶의 경험에 의해 생존본능처럼 터득한 '기술' 이기도 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긍정 긍정 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강조합니다.

분명 이런 부분이 필요한 분들이 세상에는 아주 많습니다. 마음이 너무 부정적이라면 분명 긍정적인 에너지를 투입해서 밝은 마음으로 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지요.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이 긍정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우가 포도의 맛을 알지 못하고 시다고 치부해버린 것처럼 말이죠.

 

관점바꾸기는 가끔씩 써먹으면 좋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남발하다가는 그 또한 마음에 자동화(습관)로 정착되어 중단하기 어렵게 됩니다. 앞에서 예를 든 관점바꾸기 달인인 분께도 그만하시라고 조언했는데도 금방 멈추지 못하더군요.

 

부정(마이너스)과 긍정(플러스)을 모두 경험한 후에는 제로 상태에 머무르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붓다께서 <중도> 를 강조한 것처럼요.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참으로 평범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랜 명상 수행을 통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짧은 말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새기게 됩니다.

 

행복도 버리고 괴로움도 버리고.

 

최근 들어 유난히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랍니다.

8단계의 불교 선정(삼매) 중 4선정을 묘사하는 정형구이지요.

선정의 첫단계인 초선에서는 지극한 행복 [지복] 인 희열과 전율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행복은 결국 상대적인 것으로 단계가 올라갈수록 잔잔한 행복으로 잦아들다가 결국에는 행복도 괴로움도 (긍정도 부정도) 모두 버리는 길로 가야하지요.

 

세상의 상대성을 초월하여 절대성(근원, 도道, 열반과 해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일 것입니다.

 

바른 이해와 실천으로

보다 깊은 평화를 향하여

오늘도 한걸음을 응원합니다.

 

- 明濟 전용석

 

한흐름 마음비움센터 I 한흐름 기명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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