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장 도자만물지오 道者萬物之奧 - 도란 만물의 깊숙한 곳에 있으니...
"도란 만물의 깊숙한 곳에 있으니, 선한 사람의 보배요, 선하지 않은 자도 보존하는 것이다.
(중략)
옛날에 이 도를 귀하게 여겼던 까닭은 무엇인가? 구하여 얻으면 죄도 (그것을) 통해서 면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도는) 천하에서 귀한 것이 된다."
붓다 재세시의 유명한 일화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손가락 목걸이' 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앙굴리말라다.
앙굴리말라는 본래 성실하고 뛰어난 자질로 스승의 총애를 받으며 공부하던 제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제자들의 시기와 모함으로 스승의 큰 분노를 사게 된다. 앙심을 품은 스승은 앙굴리말라에게 수행을 완성할 수 있는 특별한 비법을 전해준다. 그것은 천 명을 죽여 자른 손가락을 모아 목걸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999명을 죽인 후 나머지 한 명을 채우려 할 때 붓다와 마주치게 되었다.
조바심을 느끼며 숲 입구에 서 있던 앙굴리말라는 저 멀리서 자신의 방향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성자를 발견한다. '옳거니!' 하며 칼과 화살을 챙겨 들고 그의 뒤를 쫓았다. 한편 부처님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천천히 보통 속도로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리 앙굴리말라가 전속력으로 따라가도 부처님과의 사이를 좁힐 수 없었다. 한때 달리는 코끼리나 말조차도 쫓아가서 포획한 적이 있던 앙굴리말라로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기를 쓰고 붓다를 쫓아가다 지친 앙굴리말라는 멈춰서서 소리쳤다.
“멈춰라, 멈춰라.”
“앙굴리 말라여, 나는 멈춰 있다. 앙굴리말라여, 너야말로 거기 멈춰 서거라.”
그러자 앙굴리 말라는 진리를 깨달아 진리를 공언한다는 자가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생각하며 이렇게 물었다.
“사문이여, 너는 걸어가고 있으면서 멈춰 서 있다고 하는구나. 너는 멈춰 서 있고,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앙굴리말라여, 나는 생물을 해치거나 괴롭히는 일에서 벗어나 자비와 인욕을 성취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지혜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멈춰 서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너는 생물에 대한 자제가 없어 살아 있는 것을 해치고 괴롭히며 자비와 인욕이 없다. 너는 네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른다. 그래서 너는 멈춰 있지 않다고 한 것이다."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들은 앙굴리말라는 문득 제정신이 들었다. 그동안 자신이 저질러 온 행동이 얼마나 엄청난 짓인지 깨닫게 된 앙굴리말라는 후회하는 마음에 몸서리쳤다. 그리하여 부처님 앞에 엎드려 진심으로 참회하며 출가의 청을 드렸다. 부처님은 따뜻하고도 연민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씀하신다. "잘 왔구나, 비구여." 이제 앙굴리말라는 부처님의 제자가 된 것이다.
- 이자랑, <붓다와 39인의 제자> 중에서
999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참혹하게 죽인 앙굴리말라는 붓다의 제자로 출가한 후에 많은 고생을 한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피해자의 유족들이 그럴 알아볼 때마다 공격과 보복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그는 탁발을 나갈 때마다 수시로 피를 흘리며 안거처였던 기원정사로 돌아오곤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평온함이 가득했다. 그런 그에게 붓다는 말했다.
"수행자여, 그대는 인내하라. 그대는 인내하라.
그대가 업의 과보로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을 지옥에서 받을 업보를 그대가 지금 여기서 받는 것이다."
죽은 앙굴리말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붓다의 설명에 따르면 앙굴리말라는 열반에 이르렀다. 도道를 구한 앙굴리말라는 '선하지 않은 자도 보존' 하였다. '구하여 얻은 자는 죄도 면해지게' 되었다.
흔히 업業에 대해 이야기한다. 업은 과거에 지은 원인에 대한 결과로써 드러나고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 원인이 기억에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전생에 대한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앙굴리말라가 생전에 지은 업은 너무나 커서 그의 출가후 생의 시간 동안 다 갚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업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의 남은 빚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게 이해할 수 있다. 업과 현실의 빚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공통점은 둘 다 갚아야 사라질 것이다. 차이점은 현실의 빚은 채무자가 죽으면 가족에게 승계된다. 현실적인 힘과 세력이 있는 채권자들이 끝까지 받아낼 요량으로 그렇게 정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업의 빚은 채무자가 죽어도 계속해서 자기자신에게 승계된다. 죽어도 갚아야 할 빚은 따라다니는 것이다. 현생의 존재와 내생의 존재가 동일인은 아니지만 그들은 업의 측면에서 같은 연속선상에 있다. 그래서 깊이 들여다보면 세상은 참 공평해보인다.
도를 구하고 열반에 이른 존재는 더 이상 재생(환생)하지 않는다. 한 생에서 앙굴리말라라 불리던 존재도 더 이상의 빚을 갚을 일 없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채무자는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빚은 허공에서 갈 길을 잃고 흩어져버렸을 것이다. 열반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도를 구하는 일(수행)'은 천하에서 가장 귀한 것이 된다.
- 明濟 전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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